좋은 얼굴’ 하면 어떤 얼굴이 떠오르는가? 피부가 곱고, 혈색이 좋은 얼굴? 눈이 크고 코가 높으면서 갸름한 턱선을 가진 얼굴? 아니면 관상학적으로 좋다는 얼굴? 많은 사람이 이 중 하나를 좋은 얼굴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얼굴 역시 나이 들면 피부탄력이 줄어 주름살이 생기고 피부색이 칙칙해지는 것은 똑같다. 그래서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얼굴은 자신의 인생이 걸어온 길이며, 간판이 된다.
얼굴은 정신・영혼이라는 뜻인 ‘얼’과, 동굴・통로 또는 꼴・형태의 뜻인 ‘굴’이 합해진 말이다. 이성・감성을 드러내는 통로가 얼굴이며, 몸・마음의 자세와 행동・정신 상태를 보여 주는 스크린 역할을 얼굴이 한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좋은 얼굴이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사람 관계에 갈등 없이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다. 이들의 얼굴은 표정이 밝고 공손하다. 남을 배려하는 예의와 겸손함이 깃들어 있고, 친절함이 넘치면서 부드럽다. 여기까지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기준이다.
그렇다면 의학적인 기준에서 좋은 얼굴이란 무엇일까? 우리 얼굴은 치아, 치열, 턱뼈와 이를 덮고 있는 근육, 피하조직, 피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씹는 기능, 말하는 기능, 냄새 맡는 기능, 삼키는 기능 등이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유기적인 복합체다. 그러므로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있다면, 그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곳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다양한 구조에까지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굴의 특정 부위를 교정하려면 먼저 얼굴 전체와의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첫째, 덧니를 보자. 덧니가 나거나 비뚤어진 치아를 가진 사람은 문제 있는 이에만 집중해서 교정치료하려고 한다. 하지만 비뚤어진 치아는 그 자체의 원인이 아니라 치아가 박혀 있는 골격의 문제다. 골격이 작거나 갸름하기 때문에 치아가 제자리로 나오지 못하고 비집고 나오다 덧니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교정할 일이 아니다.
틈 벌어진 치아도 빈틈만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며 먼저 뼈와 치아의 크기를 봐야한다. 큰 턱뼈를 가지거나 작은 치아를 갖고 있는 경우 치아는 틈이 벌어지며 이에 따라 치료도 달리 행해져야 한다. 또 턱뼈의 모양에 이상이 있는 경우 예를 들면 뻐드렁니 턱이 있는 사람은 앞니의 머리와 뿌리까지 많이 움직여 넣어야 하며 주걱턱의 치아는 후방으로, 비대칭턱의 치아는 좌우로 치아뿌리가 이동되어야 더 잘씹는 치아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요즘 아이들의 얼굴형이 바뀐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전체적으로 얼얼굴이 길고 인중이 짧으며, 코의 각도가 넓어 콧구멍이 잘 보이는 들창코 형태다. 이는 유전학적으로 우리 얼굴에 무엇인가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라 환경의 문제다. 비염 인구가 늘어나고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한창 얼굴이 성장하는 청소년의 얼굴이 바뀌는 것이다.
호흡 기능을 잘 못하는 이런 청소년은 코가 잘 자라지 못하고, 모양이 변형되며 입은 계속 벌어져 있어 잘 다물어지지 않는 모양이 된다. 그러므로 들창코나 작은 코를 고치고 싶다면 필러 한 방 맞는 것보다 윗턱을 넓히는 교정과 함께 호흡 훈련을 통해 입호흡을 개선시켜주는 것이 더 맞는 방법이다.
셋째, 사각턱에 보톡스 주사를 맞으면 일시적으로 근육이 수축돼 갸름한 얼굴형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사각턱은 원인이 있다. 턱관절에는 많은 인대와 근육이 붙어 씹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턱뼈의 크기, 모양에 문제가 있어 치아가 미끌리거나 부딪혀 잘 교합되지 않는 경우 턱관절이 균형을 잃고 이탈되면서 근육이 비대해지기 때문에 사각턱이 된다.
이때는 보톡스보다 턱관절 안정장치를 사용해 턱관절에 가해지는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 치아가 잘 씹히지 않아서 이탈되는 턱관절이 있다면 교합을 잘 맞추는 교정치료가 추천된다. 그래야 치아의 기능이 좋아지며 턱근육에 과도한 힘을 주지않아 부드러운 턱선을 만들 수 있으며 입이 잘 다물어지고, 치아를 감싸고 있는 입술도 예뻐진다.
넷째, 나이 들면서 푹 꺼지는 볼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나이 들거나 살이 빠진 문제가 아니다. 치열이 가지런하지 못해도 볼이 움푹 파인다. 이상적인 치아는 치열이 고르고, 앞니는 0.2~0.3cm 꼭 덮여야 한다. 또 이때 어금니는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있어야 한다. 치열은 U자 형태를 잘 갖춰야만 넓고 조화로운 입술, 볼록한 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치아가 잘 맞물리지 못하거나 입이 벌어지는 문제가 있는 경우 중요한 치아와 턱의 기능인 입의 밀폐기능이 저하되어 못 삼키게된다. 이때 밀폐를 돕기위해 뺨과 입술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좁은 치열로 변형되어 입이 좁고 볼도 푹 꺼지게 되는 것이다.
/ 기고자 : 김중한 전문의, 월간헬스조선 7월호 (14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